2023. 9. 28. 23:16ㆍExperience Story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내 전역일 2023년 8월 13일도 찾아오고,
논산에서 조교로 보낸 18개월 간의 군생활을 성실히 마치고 나는 사회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아래는 전역날의 기분을 내가 브런치에 쓴 글이다. 궁금하면 링크 타고 들어가서 읽어봐도 좋다:)
처음 사회로 나왔을 때 내가 느낀 점은 "1년 6개월이 짧지만은 아닌 시간"이었다는 것이다.
어느덧 내 나이는 20대 초반을 넘어 중반에 자리하고 있었고,
이미 내 주변 사람들은 당당하게 취업을 했거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혹은 졸업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래서일까.
9월부터 겨우 2학년으로 다시 복학을 해야 하는 나의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나름 군 입대 전까지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던 iOS 개발 내용을 다시 따라가자니 기억이 많이 가물가물해졌고,
복학을 하자마자 학교에서 소프트웨어융합학과 데이터사이언스 트랙을 따라가기에는 인공지능에 ㅇ자도 모르는 상태였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다녀본 적이 없었고, 과에 아는 사람도 하나 없고, 수학도 제대로 공부해 본 적 없었고, '졸업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그러던 중, 베스트셀러에 위치하고 있었던 책 <역행자>를 읽다가 본 문장 하나가 나에게 잘 와닿았다.
"정체성 변화의 핵심 비결은 뭔가를 더 잘하고 싶을 때 결심을 할 게 아니라 환경부터 만드는 것이다.
자동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도록 세팅을 하면 나는 저절로 열심히 살게 된다.
자유의지니 노력이니 진정성이나 따위의 듣기 좋고 허망한 것들을 믿는 대신, 나를 훈련시킬 운동장을 만들어 스스로를 밀어 넣는 것이 핵심이다." - 책 <역행자> 중 일부 문장
이 문장을 통해 나는 어떤 "확신"을 얻게 되었다.
항상 바쁘게 살던 나의 생활이 잘못된 방향은 아니었다는 것.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일종의 확신말이다.
그리고 다시 군대 가기 전의 마음으로, 위의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결심만 하기보다는 "직접 부딪혀보자", "자동으로 공부를 하게 만들 환경에 도전해 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 결심의 결과로, 전역 후에 나 스스로를 훈련시킬 내가 만든 첫 번째 운동장이 바로 "쿠다 KHUDA"였다.
쿠다 KHUDA는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을 공부하는 동아리다.
더 자세하게는 "팀원과 함께 성장하며 한계를 뛰어넘는 KHUDA"라는 쿠다의 슬로건에 걸맞게, 모든 부원들이 함께 머신러닝, 딥러닝,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하고 관련된 프로젝트를 팀별로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챌린지 요소를 맞닥뜨리고 함께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곳이다.
그렇게 전역하자마자 1주도 되지 않아 바로 머신러닝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여름방학 중에는 "머신러닝 정규 세션"이라 해서 <혼자 공부하는 머신러닝+딥러닝>이라는 책으로 머신러닝과 관련된 기초 지식을 공부했다.
세션은 매주 1번씩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매주 정해져 있는 범위의 내용을 세션 전까지 스스로 공부하고 -> 블로그에 각자의 방법으로 공부 내용을 정리해서 공유하고 -> 혼자 공부하면서 생긴 질문, 혹은 해결할 수 없었던 질문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하는 식으로 구성됐었다.
위의 구성에 더해, 정규 세션 시간에 조별로 한 번씩 발제를 담당하기도 했었다.
그 주에 해당하는 책의 내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간략하게 리마인드 시켜주고, 책에서 다루지 않은 심화 내용을 추가로 더 조사해서 30분 내외의 시간 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형식이었다.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스스로 공부를 하면서 머신러닝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다른 학우들은 학교에서 <기계학습> 수업을 수강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너무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분들도 있었고,
또한 머신러닝의 주된 내용이 선형대수나 미분과 같은 수학적 개념이 필요했기에 설명을 들어도 "이게 뭐라는 거지???, 왜 이런 방식을 써야 하는 거지???" 하며 선뜻 질문조차 꺼낼 수 없는 의문투성이를 해결하는데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나만 이 내용을 모르는듯한 기분..)
하지만, 그게 동기가 되어서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다.
다른 조원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고, 체대라고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무슨 내용이라도 "공유"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런 요인들이 나를 성장하게끔 만들어준 큰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부족하지만, 5주간 배운 머신러닝 지식을 가지고 조별로 간단한 토이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우리 조는 "탕후루 가게의 입점 조건 학습을 통한 새로운 입점 장소 예측하기"라는 내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다.
여기서 말하는 입점 조건이라면, 교통을 나타내는 데이터(지하철역, 버스 정류장, 공영 주차장), 연령대별 특징을 나타내는 데이터(초중고, 대학교, 유치원, 오피스, 병원), 관련 상권 데이터(교육, 식당, 디저트), 기타 요인(전월세가, 유동인구 등) 등을 의미한다.
즉 위의 feature 데이터를 탕후루 가게의 위치인 target 데이터와 함께 학습시켰을 때, 서울에 있는 특정 지점에 탕후루 가게가 생길 확률을 예측하는 내용이었다. (모든 데이터는 좌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했다.)
나중에 블로그 공부 글로 올라오게 되겠지만,
이 토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이미 머신러닝 세션에 한번 배웠던 LinearRegression 모델에 대해 더 자세하게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데이터를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했던 많은 고민들, 모델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방법론에 대한 논의들, 좌표값을 기반으로 지도에 표시하기 위한 Grid 기반 지식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에 대한 고민 등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1주는 "짧은 기간 동안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의미 깊은 기간이었다.
프로젝트도 좋은 반응 속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된다.
(내가 이 프로젝트의 담당 조장이었는데, 너무 좋은 조원들을 만나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학기가 시작되면서 지금은 딥러닝으로 넘어와 더 심화된 내용을 공부 중이다. (이 글은 나중에 KHUDA 2탄으로 올라오게 되겠지)
활동이 아직 끝나지 않아 최종 결과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전역하자마자 가졌던 그 불안감과 고민이 좋은 경험과 성장의 기회로 보답받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내 블로그 한 줄 소개(Challenge, Experience, Be Growth)처럼 앞으로 또 쿠다를 통해 어떤 도전과 경험과 성장을 하게 되는 내가 될지, 우리가 될지 기대해 보며 글 #1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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